오늘, 연구보조원으로 일하고 있는 연구소의 국제회의에 다녀왔다. 주로 파리 정치대학(Sciences Po Paris)의 교수님들이 참가했고, 한양대학교 평화연구소와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이 함께 개최한 회의로, 'Fostering Creative Economy: Experiences of Europe and Asia'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오전, 오후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되었고, 오전 세션에는 주로 문화산업과 국제무역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 Implementation of UNESCO’s Convention on Cultural Diversity: Between Trade and Culture (Sunhee Park, Lecturer, Seoul National University GSIS)
- Audiovisual Service Trade and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after Korea-US FTA (Eunkyoung Choi, Research Professor, Hanyang Peace Institute, Hanyang University)
- Sounding Out the City: Music and Place in Cultural Policy-Making in Korea (Soochul Kim, Adjunct Professor, Hanyang Peace Institute, Hanyang University)
오후 세션에는 영화산업에 대한 각국의 정책을 들을 수 있었다.
- A Retrospective on the Korean Film Policies: The Real Effects of Protective Measures” (Jimmyn Parc, Lecturer, Sciences Po Paris, Research Associate, EU Centre, Seoul National University GSIS)
- Italian Film Support: an Italian Support System (Nicolas Piccato, President of Italian Chamber of Commerce & Industry in Korea, CEO of Panda Media)
- The Government Subsidy Policies and the Film Industry in China: A Historical Perspective (Xiaolan Zhou, Professor, South China Normal University)
- The French Audiovisual Policy: An Assessment (Patrick Messerlin, Professor Emeritus, Sciences Po Paris)
이런 국제회의에 참석해 보는건 처음이라, 아침에 학교에 가면서 다짐했던게, '질문 하나 해 보자'라는 거였는데, 막상 가니 두 세션 모두 막판에 청중으로 온 학생들도 질문을 하나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두번이나 이야기하게 되었다. 영어로 이렇게 토론의 장에 참여해 본 경험이 거의 처음이라, 의미있는 하루로 기억 될 것 같다.
또한 오늘 얻은 소득이라면, 내가 오후 세션에서 질문했던 것과, 그에 대한 선생님들의 답변이었다. 개인적으로 오후 세션의 두번째 발표, 이탈리아 영화 산업 정책에 대한 부분이 재미있었는데, 이탈리아 영화 산업의 정책은 수출 정책보다 영화산업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정책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이탈리아 사람들이, 이탈리아 말로 만드는 이탈리아 영화에 대한 정책이었다. 이 발표 앞이 한국의 사례였는데, 양국이 영화에 대한 컨셉이 완전 반대라는 느낌이 들었다. 한국은 영화를 '산업'으로 접근하고, 이탈리아는 영화를 '문화'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 지금 한국영화의 양적 성공이 '한국영화'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전략의 부재한 상태로 계속된다면 이내 경쟁력을 잃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했다. 영어로 얼마나 전달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선생님들이 성의것 답변해 주셔서 고마웠다. 서울대의 박지민 교수님과 파리정치대학의 Messerlin 교수님이 답변해 주셨는데, 두 분의 말을 듣고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박지민 선생님은 만약 '한국적'인 영화와 재미있는 영화가 있다면, 나는 어떤 영화에 지출을 하겠냐는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셨고, Messerlin 교수님은 프랑스 문화를 증진시키기 위해 꼭 프랑스인일 필요는 없다며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Multicultural 시대이니 만큼, 좀 더 열린 시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라는 요지로 이야기 해 주신 것 같다.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어려운 것 같다. 용어의 오, 남용인지, 혹은 이 용어 자체가 광범위한 의미를 포함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문화라는 말은 엄청나게 많이 쓰이고 있으며, 다양한 것들을 포함하고 있다. '한국의 문화', 혹은 내 관심분야인 '아프리카의 문화'란 무엇일까? 아주 넓은 의미로 문화는 그 사회 구성원들의 생활양식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화된 오늘 날, 한 국가만의, 한 지역만의 문화를 집어내는 것은 어렵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한 것 같다. 어쩌면 전통에서 계승하고자 하는 것, 혹은 미래에 가지고자 하는 가치를 포함한 생활양식을 한 국가의, 한 지역의 문화라고 부르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다시, 영화이야기로 돌아와서, 사실 나는 한국 영화가 '성공' 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다. 오늘 회의에서 들었던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사례들에 비교하면, 한국에서의 자국 영화 상영 비율이 높고, 정부보조금이 낮은 것을 두고 '성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영화는 우리나라 문화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일까? (문화 산업이 아니라 문화다.)
대한민국의 문화산업은 창조경제시대를 맞아 많은 정책적 관심을 받고 있다. 영화 산업 정책을 포함한 일련의 문화정책에서 내가 걱정하는 부분은 '국가의 정체성'에 대한 부분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주로 북한으로 대표되는 외부의 적을 통해 국가 정체성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반공 이데올로기가 작동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우리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그리고 일련의 문화정책들이 어떤 정체성을 지향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우리나라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지, 혹은 어떤 정체성을 지향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문화 산업에 대한 논의를 할 때 이런 부분도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문화는 유기체와 같아서, 정책이라는 집을 지어주어도 어떤 결과를 낳을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만약 정책이 아니라, 유기체에 정신을 심어준다면, 적어도 그 유기체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 지는 알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적으면서도 여전히 명쾌하지가 않아 답답하다. 뭔가 아닌 것 같은데, 뭐가 아니라고 말하기 어렵다. 문화분야는 아주 가까이에서 접해서 친숙하지만, 막상 깊이 들어가면 어려운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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