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편견으로 가득한 불량식품같은 드라마. 'The Walking Dead' / The Walking Dead and Sexism.

총을들고 나가서 식량과 생필품을 찾는건 '남자의 일'이다. 출처: AMC


미국에서 어마어마한 히트를 친 드라마 '워킹 데드'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꽤 많다. 워킹 데드는 몸에 안좋은지 알면서도 한번 뜯으면 끝까지 먹게되는 맛있는 불량식품 같은 드라마다. 엄청나게 자극적이고, 분위기도 침침해서 보고 있노라면 머리가 멍해지는 기분이들지만, 멈출수가 없다. 드라마의 스토리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지만, 온 세상이 좀비로 가득차서 누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기 때문에, 매 에피소드마다 누가 죽고, 누가 생존할 것인지 긴장하며 보게된다. 지금 시즌 4를 보고 있는데, 여전히 재미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

재미있어서 보고 있는거긴 하지만, 워킹 데드를 볼때면 짜증이 몰려올때가 많다. 온갖 편견이란 편견과 넘쳐나는 남성성이 나를 짜증나게 한다. 그러면서도 계속 보고 있는 내가 신기할 지경이다.

출처: AMC



이 드라마에서 남성성은 폭주한다. 남자 등장인물들은 여자를 지킨다. 총과 칼을 이용해서 지켜낸다. 그룹 내에서 권력 싸움을 한다. 권력 싸움에 한발짝 벗어난 남자에게 여자친구는 너가 리드할 수 있다고 속삭인다. 한편, 여자 등장인물들은 그들에의해 지켜진다. 요리를 하고 빨래를 하고 남자들과 섹스를 한다. 좀비가 생겨나서 세상이 망하기 직전인데, 이런 세상에 아이가 태어나는 것이 재앙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 드라마의 주인공 '릭'은(혹은 셰인은) 왜 피임하지 않았는지, 왜 '로리'는 피임을 요구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어쨋든 그 결과로 로리는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는데, '릭'은 태어난 아이를 돌보는 일이 없다. 항상 여자들의 일이다.

여자들이 요리를 하고 빨래를 하는 상황에 반기를 들었던 여자 등장인물이 있었다. 바로 '안드레아'다. 그녀는 결국 총쏘는 법을 배워 캠프를 지키는 '남자의 일'에 끼게 되지만, 카라반 위에서 총들고 태닝하는 여자라며 리더 남편을 둔 '로리'에게 설교나 듣고, 어이없는 자만심으로 같은편을 쏘고 만다. '안드레아' 외에 '남자의 일'을 하는 여성은 '미숀'뿐이다. 흑인 여성인 미숀은 남성만큼 강하고, '여자의 일'을 하지 않지만, 결코 뭔가 판단하는 역할을 맡지 않는다. 그저 미스터리한 '흑인' 여성일 뿐으로 남았다.
칼과 미숀. 출처: AMC

'릭'의 그룹은 철저히 가부장적이다. 이 그룹내의 여자들은 어린 꼬마아이 '칼'보다 못하다. '릭'의 아들인 '칼'이 총을 들고 자기도 사람들을 지키겠다고 활개를 치는 동안에도 여자들은 남자들의 영역에 들어가지 못한다. '릭'은 그룹을 비우게 될때, 다른 성인 여성들을 놔두고 열살 남짓 된 것 같은 꼬마에게 그룹의 안위를 맡긴다.

'릭'이 자리를 비우면 그의 아들 '칼'이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이 된다. 출처: AMC


보면서 여러가지 맘에 안드는 이야기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막상 쓰려니 기억이 안나서 조금만 적어보았다. 만약 정말 극한상황에 벌어지게된다면? 이 드라마처럼 될 수도 있겠다. 이런 드라마가 대중의 인기를 얻고, 이런 성차별(Sexism)이 대중문화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편하게 앉아서 드라마를 보는 우리는 저런 역할 구분이 정말 자연스러운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 볼 여유와 필요가 있다. 여자라고 해서 '여자의 일'을 맡고 남자들의 보호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도 부당하고, 남자라고 해서 '남자의 일'에 내몰리게 되는 것도 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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