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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기간 독재와 쿠데타로 인한 정치적 불안에 시달리던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이후 중아공)은 2013년 초, 셀레카(Séléka) 반군이 수도를 점령하고, 그에 반대하는 군벌들이 각지에서 생겨나면서 또 한번의 심각한 위기를 겪게 되었다. 이 내전으로 인해 수천명이 사망했고, 약 120만명이 식량위기에 처했으며, 40만명의 사람들이 집을 잃고 중아공 각지를 떠돌고 있으며, 46만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중아공을 떠나 난민이 되었다. 특히 중아공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아동들이 이 내전으로 크나큰 상처를 받았다. 많은 아이들이 살해당하고, 신체를 절단당하고, 성폭행당하고, 소년병이 되었다.
* 시간차가 좀 있긴 하지만, 중아공 내전에 대해 잘 정리하고 있는 기사가 번역되어 있다. 미국언론 New Republic에서 2014년 5월 발행한 기사 "Hell Is an Understatement: A report from the bloody, crumbling Central African Republic"을 '들풀.넷'이라는 블로그에서 아주 잘 번역해놓았다. 링크
상황이 심각해지자 2014년 4월, 유엔 안보리는 1만명 규모의 평화유지군을 파병했다. 그들의 가장 큰 역할은 시민들을, 특히 여성과 아동들을 보호하는 것이었고, 그들은 지금까지 그들의 역할을 꽤 잘 수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들의 성취에는 추악한 비밀이 있다.
Photograph: Siegfried Modola / Reuters |
2014년 5월과 6월 사이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파견되어있던 유엔 인권 사무관과 현지 유니세프 직원이 여섯명의 남자아이를 인터뷰했다. 이 아이들은 자신들이 국제평화유지군에 의해 성폭력을 당했으며, 다른 아이들이 당하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대부분의 학대는 프랑스 부대에 의해 자행되었고, 이들은 음식이나 돈으로 아동의 성을 사기도 하고, 강간을 하기도 했다.
그중 한 아동(9세)은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그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어요. 우리는 배가 고프다고 했어요. 키작은 남자가 우리에게 그의 성기를 빨라고 했어요. 저는 무서웠지만 배가 고팠기 때문에 그의 제안을 받아들여 그의 숙소로 들어갔어요. 제 친구도 저를 따라 왔구요. 큰 무기를 가지고 윗층에 있던 남자는 내려와선 자신의 성기를 팬티 밖으로 꺼내 놓았어요. 마른 남자는 그의 성기는 친구에게 내놓았어요. 그들의 성기는 우리 입 바로 앞에 있었어요. 그들은 소변보는 자세로 우리 앞에 서 있었고, 빨라고 했고, 우리는 그렇게 했어요. 둘 다 콘돔을 끼고 있진 않았어요. 시간이 좀 지나고 키작은 남자는 저에게 사정했고, 다른 남자는 바닥에 사정했어요. 모든 것이 끝났을 때, 그들은 우리에게 전투식량 3팩과 약간의 돈을 주었어요."
Photograph: Issouf Sanogo / AFP / Getty Images |
이 문제는 유엔에 공식 보고 되었지만, 한동안 유엔의 관련 기관들은 이 문제를 산발적으로, 관료주의적으로 다루는는데 그쳤다. 2015년 봄이 되어서야, 이 문제가 각종 언론에서 다루어지기 시작하자, 유엔은 혐의가 제기된지 1년만인 2015년 6월, 조사관을 중아공에 파견했고, 지난 1월에는 성범죄에 연루된 평화유지군의 철수 및 추방을 결정했다. 1월 말 발표된 유엔의 조사에서는 추가적인 사례들이 더 발견되었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성범죄는 42건이다.
유엔의 추가 조사 사례와 성착취 근절을 위한 노력 발표 이후, 워싱턴 포스트에서는 자체 취재를 통해 더 많은 사례들을 발견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보도를 통해 그동안 UN에서 조사한 사례와는 다른 사례에서 평화유지군이 소녀들을 강간하거나 매춘했음이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이 보도 말미에 워싱턴 포스트는 UN에 공식적으로 확인된 42건의 케이스 중 오직 단 한건만이 기소되었다며 UN의 대응을 비난했다.
유엔 평화유지군의 성범죄는 90년대부터 계속해서 문제가 되어왔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코소보, 캄보디아, 동티모르, 서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 아이티, 라이베리아, 남수단에서 평화유지군은 각종 성범죄에 연루되었고,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이 가장 최근에 알려진 사례이다. 2014년에 UN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2014년 한 해에만 유엔 평화유지군과 관련된 성 범죄 혐의는 51건이 제기되었다. 대부분 (32건)이 성을 돈이나 물건 등으로 교환한 사례고, 아동과의 성교도 10건이나 보고되었다. 성 범죄 관련 문제가 가장 많이 보고된 나라는 아이티, 콩고민주공화국(각각 13건)과 남수단 (12건)이다. 콩고민주공화국의 경우, 2000년대 초반에 150건 이상의 성폭행, 성착취가 이루어졌다고 보고되어있기도 하다. 이런 수치들과, 이번 중아공의 사례를 보았을 때, 지금까지 밝혀진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으로 보인다.
UN 평화유지군의 성범죄에 대한 연구는 젠더학의 관점에서 주로 연구 되고 있다. 그 원인을 군대와 남성성으로 접근하여 그 대책으로 여성 평화유지군의 비율을 늘리거나(현재는 평화유지군의 4.7%만이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평화유지군의 비전투 인원을 늘리거나, 파견 전 젠더 훈련을 강화하는 방법 등을 논의하고 있다. 군대에는 항상 성폭행과 매춘이 따라다녔다는 것을 생각하면 젠더학의 접근도 상당부분 일리가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권력의 불균형에 있다고 생각한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와 미군 성범죄
나는 이 사건에서 주한미군이 떠올랐다. 한국전쟁 이후 주한 미군 기지를 중심으로 빈곤한 여성들과 미군이 성을 거래하는 일이 많았고, 매춘은 성병의 유행과 같은 문제를 낳았다. 이에 미군과 한국정부는 매춘을 관리하기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해 포주와 업소에 허가증을 발급하고, 여성들에게 성병검사를 주기적 실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렇게 "양공주"들은 생겨났고, "제도화"되었다. "양공주"들은 성을 사는 미군들 대신 사회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살았고, 미군에게 성적인 학대를 당했고, 누군가는 잔혹하게 살해(윤금이씨, 신차금씨 등) 당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미군의 범죄행위에 대해 아무런 영향력이 없었고, 결국 "양공주"들에게 남은 마지막 존엄성까지도 지켜줄 수 없었다.
지금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발생한 주한 미군의 성범죄 사건 59건에 대해 52건이 불기소처분되었다고 한다. 여전히 한국 사법부는 주한 미군의 한국인 대상 범죄에 대해 완전한 재판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이 터지면 대다수의 사건은 미국 사법부의 관할로 넘어가고, 많은 사건들이 솜방망이 처벌로 끝났다. 이런식으로 처벌이 없다면, 범죄행위는 범죄로 인식되지 않는다.
평화유지군에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들의 범죄도 처벌받지 않고 있다. 평화유지군 중, 유엔 가입국에서 파병한 평화유지군 부대의 경우, 그들이 임무를 수행하는 국가의 사법부에 대해 법적인 면책권을 가진다. 그들의 모국에서 기소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런 사례는 아주 드물다고 한다. 더군다나 임무중의 UN 직원은 모든 국가의 사법부에대해 면책권을 가진다. 사무총장이 그 권리를 포기할 수 있지만, 그런일도 물론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리 증거가 많아도 중아공은, 콩고민주공화국은, 남수단은 자국민들을 위한 재판을 열수가 없었고, 범죄자들은 유유히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
평화유지군의 처벌받지 않는 성범죄는 소위 말하는 "문명사회"에 속한 "국제사회"와 "선진국"의 세계 인식에 얼마나 큰 모순이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여전히 그들은 아프리카를 포함한 "개발도상국"을 "선진국"의 도움을 받는 처지이며, 거기 사람들은 완전히 "문명화"되지 않았기에 무책임하게, 막 대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만 같다. 개입보다 이해와 연대에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참고문헌
CNN (2015) Why do peacekeepers have immunity in sex abuse cases?
http://edition.cnn.com/2015/05/22/opinions/freedman-un-peacekeepers-immunity/
Deschamps, M. and Jallow, H. and Sooka, Y. (2015) Taking Action on Sexual Exploitation and Abuse by Peacekeepers: Report of an Independent Review on Sexual Exploitation and Abuse by International Peacekeeping Forces in the Central African Republic
http://www.un.org/News/dh/infocus/centafricrepub/Independent-Review-Report.pdf
The Washington Post (2016) The growing U.N. scandal over sex abuse and 'peacekeeper babies'
http://www.washingtonpost.com/sf/world/2016/02/27/peacekeepers/
UN Human Rights (2016) More allegations of sexual abuse of children by foreign soldiers in the Central African Republic
http://www.ohchr.org/EN/NewsEvents/Pages/DisplayNews.aspx?NewsID=16995&LangID=E
UN General Assembly (2015) Special measures for protection from sexual exploitation and sexual abuse. (A/69/779)
http://reliefweb.int/sites/reliefweb.int/files/resources/N1504176.pdf
UN Peacekeeping (2016) Gender statistics for the month of January.
http://www.un.org/en/peacekeeping/resources/statistics/gender.shtml
서울신문 (2013) 주한미군 성범죄 10명 중 1명만 기소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31008008015
중앙일보 (2016) 10대 소녀들 납치·성폭행…평화유지군 성추문 확산
http://news.joins.com/article/19646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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