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민주주의,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가? / Democracy in Africa and how to improve it. - Nic Cheeseman

옥스포드에서 아프리카 정치학을 강의하는 닉 치즈만(Nic Cheeseman) 박사는 매주 케냐 일간지 데일리 네이션(Daily Nation)에 아프리카의 민주주의에 관한 글을 기고하고 있다. 닉 치즈만은 2008년 옥스포드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아주 활발하게 활발하고 있는 젊은 학자인데, 최근 Democracy in Africa:: Successes, Failures, and the Struggle for Political Reform (2015, Cambridge University Press) 라는 책을 출판하기도 했고, 같은 이름의 웹사이트를 운영하며 동료 학자들과 교류하고 있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학자라 조금만 더 소개하자면 그는 주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의 민주화에 대한 비교정치학적 연구를 하고 있고, 특히 케냐와 잠비아 정치에 관심이 많다. 옥스포드 대학에 나와있는 프로필에 따르면, 그의 연구 주제는 '아프리카에서 포퓰리즘이 정치적 동원 전략으로 효율적인가?', '세금을 내는 것이 민주주의와 부패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어떻게 변화시키나?', '어떤 상황에서 여당은 권력을 잃나?' 등 이다. (I look at a range of questions such as whether populism is an effective strategy of political mobilization in Africa, how paying tax changes citizens’ attitudes towards democracy and corruption, and the conditions under which ruling parties lose power.) 유튜브 같은데 올라와있는 그의 강연 동영상을 보면, 그가 상당히 유쾌한 사람이란걸 알 수 있다. 한번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다.


여튼, 그가 작년 10월에 기고한 글을 소개하고 싶다. 좀 지난 글이지만, 이제서야 봐서 지금 소개한다. 기고문 제목은 Democracy in Africa and how to improve it. 이고, 그 아래 작게 If not, they can become a dangerous battleground. 라고 부제를 달아놓았다. 직역하자면 아프리카의 민주주의와 향상방안: 그러지않으면 위험한 전장이 될 것이야. 정도가 될 것 같다. (원문보기)

당시 글이 기고되던 시점(2015년 10월)엔 부룬디와 부르키나 파소의 정치 문제가 연일 이슈를 만들고 있었다. 부룬디에선 피에르 은쿠룬지자(Pierre Nkurunziza)대통령이 민중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 7월 있었던 대선에 출마하여 3선을 달성하고 권력을 지키기 위해 민중을 탄압하고 있었고, 부르키나 파소에선 27년동안 부르키나 파소를 지배한 독재자 블레즈 콩파오레(Blaise Compaoré)가 민중 봉기로 축출된지 1년도 채안된 9월 중순, 콩파오레에 충성했던 대통령 경호부대의 쿠데타가 일어나 잠깐 정권이 전복되었다가 정규군이 반격하고, 아프리카 연합, ECOWAS(서아프리카 경제공동체)군 등이 개입하여 과도정부를 복귀시킨지 얼마 안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치즈만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편의를 위해 모자란 수준이지만 번역을 해 보았다. 번역 아래 원문을 함께 달아 두었으니, 영어가 가능하다면 원문을 읽길 추천한다. 번역은 참 어렵다. 그리고 치즈만은 참 글을 깔끔하게 잘 쓴다. 빨간색으로 강조한 부분들은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다.)

민중이 3선에 반대해 봉기했다는 사실을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을까? 아니면 피에르 은크룬지자 대통령이 부룬디에서 권력을 유지하고 있고, '역 쿠데타(Countercoup)'가 부르키나 파소의 (민주화) 이행과정을 방해했기 때문에 아직 갈길이 먼 것으로 보아야 할까?
Does the fact that people rose up against a third term mean that democracy is on the rise? Or does the fact that President Pierre Nkurunziza is still in power in Burundi, and that a “countercoup” disrupted the transition in Burkina Faso, demonstrate how far the continent still has to go.

피에르 은크룬지자 부룬디 대통령. 그는 반군 지도자 출신으로 2005년부터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다. Photo: AFP


치즈만은 케냐의 사례도 이야기한다.

케냐의 사례도 해석하기가 까다롭다. 대체로 평화롭게 치러진 2013년 선거와 새로운 헌법의 도입이 민주주의의 발전을 암시하는가? 아니면 선거 부정 의혹과 가혹한 미디어 법안, NGO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아직도 일당 정치(One-party state)의 유산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의미하는가?

Kenya is another case that is tricky to interpret. Do the largely peaceful elections of 2013 and the introduction of a new constitution imply the ascendency of democracy? Or do the allegations of electoral malpractice, the draconian media Bill, and the government’s efforts to muzzle NGOs tell us that the country has not yet escaped the legacy of the oneparty state?


그가 이야기하는 2013년 선거는 최소 1,500명이 선거 후 폭력사태에서 희생당한 것으로 알려진 2007년 선거 이후 첫 선거이고, 새로운 헌법은 이런 폭력사태가 다신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2010년 국민투표를 통과했다. 이 새 헌법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신헌법의 주요 내용은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의 삼권 분립(Separation of Powers) 및 권력의 견제와 균형(Checks and Balances) 확립, 상원의원 신설을 통한 양원제 구축, 중앙정부와 47개 지방자치 정부 간의 권력이양(Devolution)을 통한 입법 및 행정 업무 수행 분담 등이 있음. (아프리카미래전략센터. 2015 아프리카 국별연구 시리즈: 케냐. p.33)



치즈만은 부룬디와 부르키나 파소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주요 특징으로 '민중의 힘 (people power)'을 꼽는다. 부르키나 파소의 블레즈 콩파오레가 그의 27년 집권을 연장하기 위해 3선 제한 철폐을 추진하자, 국회에서 이 개헌안이 논의되는 날 시위대가 국회를 불태워버렸다. 27년이나 했는데 이제 고작 3선에 도전한다니 좀 이상하지만, 대통령의 3선 제한을 포함시키는 헌법 개정이 2000년에 있었기 때문에 당시 2선의 현직 대통령이었던 콩파오레는 그 임기가 끝나고서부터 이 헌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헌법 위원회의 해석에 따라 2005년 선거에 입후보 할 수 있었다.

불타버린 부르키나 파소 국회 내부. Photo: AFP

여튼 국회도 불태울 정도로 상황이 안좋게 돌아가자 콩파오레는 개헌 시도를 접고 정치적 타협을 제안했으나, 거센 저항은 그치지 않았고, 결국 그의 친구 알라산 우아타라(Alassane Ouattara) 대통령이 있는 코트디부아르로 망명했다. 심지어 2014년엔 코트디부아르 시민권도 취득했다. 두 사람은 장기간 우정을 이어왔다고 하는데, 기사들이 죄다 불어라서 어떻게 친해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2013년 콩파오레가 코트디부아르를 방문했을 때의 사진. 우아타라 대통령의 환대를 받고 있다. 서로를 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다. ⓒPrésidence par DR 

여튼 이렇게 민중이 문제있는 대통령을 축출했으니, 민주주의의 성공 사례로 부르키나 파소 이야기를 추가할 수 있을까? 이에 치즈만은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대통령 시절의 블레즈 콩파오레


이게 이야기의 끝이 아니다. 콩파오레는 반대세력의 지도부에 의해서나 민간 관료에 의해 대체된게 아니라, 군 장교 아쿠바 이삭 지다(Yacouba Isaac Zida)에 의해 대체되었다. 그 후 미셸 카판도(Michel Kafando)가 과도 대통령으로 임명되긴 했지만, 지다가 국무총리를 하며 실질적인 권력을 유지했다.

this was not the end of the story. Compaoré was not replaced as head of state by an opposition leader or even a civilian technocrat, but by Yacouba Isaac Zida, a military officer. Although a civilian, Michel Kafando, was later appointed as the transitional president, Zida was able to stay on in the pivotal role of Prime Minister, the power behind the throne.

이 과정에서 이삭 지다가 대통령 경호부대를 해체해서 정규군에 편입시키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을 발단으로 과거 같은 편이던 이삭 지다와 대통령 경호부대는 등을 돌리게 되었고, 결국 쿠데타로 이어졌다.



부르키나 파소의 사례에 대해 치즈만은 "민중 봉기, 초기 민주화 이행과정의 취약성과 군부 개입에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했고, 다음 선거에 군부와 관련된 인물이 출마하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예상했다. 그의 예상과 달리 2015년 12월에 있었던 선거에서 전직 은행이자, 콩파오레 정권의 국무총리 출신의 로크 마크 크리스티앙 카보레(Roch Marc Christian Kaboré)가 당선되었다. 콩파오레 시절의 관료이긴 하지만 카보레 대통령은 콩파오레의 3선 개헌을 적극 반대했던 인물이고, 군부와도 특별한 관계는 없어 보인다.

로크 카보레, 부르키나 파소 대통령. Photo: BBC, AFP


서쪽의 부르키나 파소의 민중 봉기가 오랜 독재를 끝내는동안 대륙 동쪽, 부룬디의 민중 봉기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대규모 민중 봉기와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부룬디 대통령 피에르 은크룬지자가 그의 세번째 대통령 임기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 부룬디 헌법에서 대통령은 재선까지만 할 수 있기 때문에 그의 3선은 위헌이지만, 은크룬지자는 그가 첫번째 대통령에 당선될 때, 전국 투표가 아닌 의회 내 선거를 통해 당선되었기 때문에 그 임기는 3선에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헌법재판소는 은크룬지자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었다.

치즈만은 부룬디의 상황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은크룬지자의 생존(일단 지금까지는)은 군부의 힘과 타협의 거부 앞에서 국민 여론이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반 정권 세력이 민중의 불만을 전달하고 증폭시켜야 할 노동조합, 정당, 시민사회단체들에 의해 효율적으로 조직되지 않았을 때 이런 일이 생긴다.
Nkurunziza’s survival — for now at least — demonstrates that popular opinion counts for little when it comes face to face with military might and a refusal to compromise. This is especially the case when opposition is not effectively organised by trade unions, political parties, and civil society groups, who can channel and amplify popular discontent.


결국, 부룬디나 부르키나 파소같은 나라들은 혼탁한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정권을 잡은 이들은 반대세력을 완전히 해산시키지 못하고 있고, 민중들의 힘은 민주주의를 지키기엔 모자란 실정이다. 그래서 이런 나라들에서 민주주의의 운명은 군부에 달려있거나 가까운 미래에 야당과 시민사회가 그들의 조직을 얼마나 강화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As a result, countries such as Burundi and Burkina Faso currently exist in a murky middle-ground, in which leaders are unable to fully demobilise opposition but people power is insufficient to protect democracy. The fate of democracy in these countries will, therefore, depend on whether the security forces or opposition parties and civil society groups are best able to strengthen their organisation in the coming months.


부룬디와  부르키나 파소의 사례의 공통점은 둘 다 헌법과 관련한 갈등이라는 점이다. 부룬디의 은크룬지자와 부르키나 파소의 콩파오레 모두 거센 저항에도 불구하고 헌법에 정해진 임기 제한을 넘어서려고 시도하면서 갈등이 시작되었다. 두 나라의 헌법에 관해 치즈만은 헌법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고 얼마나 제도화 되었는지보다 헌법에 대한 정치인들과 민중의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부르키나 파소는 중앙 집권적이고 배제하는 성격을 가진 헌법을 가지고 있고, 부룬디는 권력 공유와 포용적인 정치 체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두 나라 모두 결국엔 (대통령) 임기제한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Burkina Faso has a centralised and exclusionary constitution, while the political system in Burundi promotes power sharing and inclusion, but both countries ended up in political turmoil over the enforcement of term-limits.


물론 좋은 헌법, 예를들어 케냐의 2010년 개정 헌법처럼 중앙 집권된 권력을 나누고, 국회의 힘을 강화하고, 포용적인 성격을 가지는 헌법을 가지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치즈만은 부룬디와 부르키나 파소에서 볼 수 있듯 헌법 그 차제에 너무 많은 기대를 거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짚고 있다. 이 기고문의 결론 부분을 그대로 옮겨보았다.


헌법 개정을 통해 이룰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과대평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잘 쓰인 헌법은 그 헌법이 존중받을 때 그 나라의 민주주의가 공고화될 확률을 높일 뿐이다. 만약 그 헌법이 존중받지 못한다면 헌법은 위험한 전장으로 변해버릴 것이다.
그러므로 야당과 시민사회, 그리고 시민들이 사안이 크건 작건 헌법이 적용될 수 있도록 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헌법을 지키는 것에 대한 규범이 약화될수록 정치인들이 게임의 법칙을 전복시키려는 유혹을 더 느끼게 될 것이다.

it is important not to overestimate what can be achieved through constitutional design. 
Well-written constitutions only improve a country’s chances of democratic consolidation if they are respected. If not, they can become a dangerous battleground.  
It is, therefore, important for opposition parties, civil society groups, and ordinary citizens to demand that constitutions are enforced, on small issues as well as big. 
The more the norm of constitutionality is eroded, the greater the temptation becomes for political leaders to try and subvert the rules of the game.


헌법 그 자체보다 헌법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닉 치즈만의 결론은 어찌보면 너무 당연하다. 하지만, 그 당연한 사실이 생각보다 잘 실현되지 않는다. 이 기고문에선 주로 부룬디와 부르키나 파소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경제성장과 사회 안정을 이루었다는 이유로 폴 카가메의 3선을 허용하는 개헌에 동의한 르완다 시민들, 두번이나 민중 봉기로 대통령을 몰아냈지만 결국 장교 출신 대통령의 지배를 받고 있는 이집트, 헌법이 이야기하는 민주주의적 가치들을 무시하는 막말 후보들이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미국와 필리핀, 국가보안법과 같은 안보논리가 헌법에 보장된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 대한민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룬디와 부르키나 파소에서 일어난 일들에 관심이 있다면 과거 글들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PIERRE NKURUNZIZA의 삼선 도전으로 인해 발생한 부룬디의 위기.
부룬디, 실패한 쿠데타 그리고 대통령의 귀환.
부룬디 위기 업데이트, 안타깝게도 진전없는 상황에 대한 업데이트.
은쿠룬지자 대통령의 3선과 부룬디 위기. 그리고 후투와 투치.
부르키나 파소의 새 대통령 ROCH KAB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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