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국회 소식: 탄자니아 야권 의원들, 국회 부의장을 보이콧하다.


우리나라에선 20대 국회 원내구성을 두고 정당 사이의 치열한 공방이 오가고 있다. 작년 11월 출범한 탄자니아 새 국회에선 국회 부의장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국회 부의장은 여당 CCM 소속의 툴리아 악손(Tulia Ackson) 의원. 5월 30일부터 야권 의원들은 악손 부의장이 진행하는 모든 회의를 보이콧 하고 있다. 위 영상처럼 악손이 자리에 앉으면 다 나가버린다.

야권 의원들은 악손 부의장이 중립적으로 의회를 이끌기보다 정부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며 부의장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그들은 악손 부의장이 정권의 허수아비고 존 폼베 마구풀리(John Pombe Magufuli) 대통령이 의회를 통제하여 탄자니아의 민주주의 발전을 막으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악손 부의장에 대한 논란이 격회되었지만, 이미 취임에서부터 논란은 늘 있었다. 악손 부의장의 이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국회 본회의를 진행하는 악손 부의장. Photo: The Citizen

이름: Tulia Ackson
당적: CCM
의원 유형: 지명 (대통령 특별 지명)
주요 학력: 2003년 법학석사(University of Dar es Salaam), 2007년 법학박사(University of Capetown)
주요 경력: 다레살람 대학교 전임강사(2004-2015), 법무부차관(2015)


경력에서 볼 수 있듯 악손 부의장은 법조계 출신이며, 사회보장법, 노동법, 야생동물 관리법 등의 법률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악손은 2007년 법학박사학위를 취득하고서 8년만에 전임 대통령 자카야 키퀘테(Jakaya Kikwete)에 의해 법무부 차관에 임명되며 화제가 되었다. 2015년 9월 법무부 차관에 임명된 악손은 2달만에 직에서 물러나게 되는데, 신임 마구풀리 대통령이 악손을 국회의원으로 지명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탄자니아 법률에서는 법무부차관처럼 민감한 공직에 머무는 사람들의 정당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그렇게 2015년 11월, 악손은 대통령에게 주어진 10석의 특별 의석 중 한명으로 지명되어 국회의원이 되었으며, 뒤이어 있었던 원내 구성을 위한 선거에 출마하여  국회 부의장에 올랐다. 악손은 지명으로 국회의원이 된 사람 중 처음으로 부의장에 오른 인물로 기록되었다. 부의장 선출 원내 선거에서 다수 여당 CCM의 지원을 받은 악손은 70%이상의 득표를 얻어 야당측 후보 CUF의 막달레나 사카야(Magdalena Sakaya)를 손쉽게 눌렀다. 그리고 마침내 11월 19일 부의장에 취임했다. 이 과정에서 툴리아 악손이 법무부차관을 지내는 와중에 CCM을 지지하는 행위를 했던 것은 아닌지, 이미 그때부터 부의장직에 내정되어있거나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등의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취임 이후에도 악손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얼마전 야권 의원들은 악손 부의장이 물러나야만 하는 이유 6가지를 발표했다. 이 내용은 제 1야당 차데마(Chadema)의 제임스 밀랴(James Millya)의원이 발표했으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부의장은 국회를 위해 일하는게 아니라 여당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있고 부의장이 내린 결정들 중엔 야당에 불리한 내용들이 많다. 


2. 부의장은 CCM 의원인 굿럭 음링가(Goodluck Mlinga)가 내뱉은 불쾌한 발언에 대한 야당 의원의 시정 요구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

5월 6일 열린 헌법·법무부 2016/17 예산 심의에서 굿럭 음링가 의원은 여성 야당 의원들이 동성애자들이고 특별의석을 얻기 위해 남성 리더들에게 '자기(Baby)'라고 불리길 허락했다며 공격했다. 이에 야당 원내대표인 툰두 리쑤(Tundu Lissu) 의원이 부의장의 가이드라인을 요구했고 악손 부의장은 이에대해 여야가 모두 국회에 어울리지 않는 언어를 사용했다고 지적했을 뿐 음링가 의원에 대한 별다른 조치 없이 그냥 이 단어들을 의사록에 추가하지 않을 것만을 지시하는데 그쳤다.


3. 부의장은 CUF소속의 셀레마니 분가라(Selemani Bungara)의원에게 불쾌한 말들을 뱉었다.

부의장은 지난 4월 국회 회의 사회를 맡던 중 셀레마니 분가라 의원을 '브웨게(Bwege)'라고 불렀다. 브웨게는 멍청이라는 뜻이다. 브웨게가 분가라 의원 스스로 붙인 별명이라는 주장도 있다. 분가라 의원은 이 논란에 대해 내가 나를 브웨게라 부르는데 다른 이도 그렇게 부른다고 뭐가 문제가 되겠냐는 식으로 말했다고 전해진다.

4. 부의장은 그 어떤 위원회와도 상의하지 않고 교육·과학·기술·직업교육 장관에 대한 야당 발언 부분을 제거하도록 지시했다.

5. 부의장은 야당의원 툰두 리쑤, 할리마 음데, 존 헤체, 지토 카브웨, 에스더 불라야에 대한 직무정지에 대한 야당의원들의 발언 요청을 거부했다. 

6. 부의장은 5월 30일 도도마 대학교 학생들 문제에 대한 토론을 별 이유없이 거부했다.

이 일은 5월 30일 국회 질의응답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 질의응답에서 악손 부의장은 정부가 도도마 대학교 학생들의 귀가문제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싶어 한다는 정보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교육부장관인 조이스 은달리차코(Joyce Ndalichako)교수는 과학 교육 특별 학위 과정에 참여하려고 왔던 7,802명의 학생들이 대학교 강사들의 수업 거부로 지난 일요일 집으로 돌려보내졌다고 설명했다. 강사들은 학위과정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에 대한 추가 수당을 요구했지만 교내 감사팀은 너무 많다고 생각해서 그 요구를 거부했다.

CCM의 주마 은카미아(Jama Nkamia)의원은 "많은 학생들은 여기(도도마)에 친척들이 없어서 지난 밤 버스정류장에서 자야만 했습니다. 왜 정부는 이 선량한 학생들을 벌하는 겁니까?"라며 의장단의 가이드라인을 요구했고, 여기에 더해서 이 학생들의 운명을 결정하기 전까지 다른 의제의 논의를 미룰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의 발언은 여야 할 것 없이 폭넓은 의원들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악손 부의장은 학생들의 불행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은카미아 의원의 요구는 의회 의사규칙에 맞지 않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조슈아 나사리(Joshua Nassari)의원이 관련된 의사규칙을 인용하며 도도마 대학교 학생들의 운명을 위해 다른 의제들을 미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악손 부의장은 다시 이 의제가 다른 의제를 미룰 만큼 중요한지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모든 야권 의원들과 심지어는 몇몇 여당 의원들까지 부의장의 결정에 반대의사를 밝히기 시작했고, 이에 부의장은 휴회를 선언하고 중재위원회를 소집했다.


만평: 투디스카스 이슈 시리어스라고 말하는 악손 부의장. ⓒMwananchi 


이때부터 야권은 악손 부의장이 진행하는 모든 의회 활동을 보이콧하고 있다. 예를들어 5월 31일엔 악손 부의장이 진행하는 질문답변에는 불참했다가 앤드류 쳉게(Andrew Chenge) 의장이 진행하는 넘어간 외교부 예산 발표 땐 참가하는 식이다.

이에대해 여당 의원들은 야당의원들을 유령(Ghost Worker)에 비교하고 의정활동비를 받을 자격이 없다며 의정활동비 지급에 대한 의장단의 의견을 묻기도 했다. 악손 부의장은 이에대해 지급하지 않을 수 있는 법 규정이 없다며, 의정활동비는 지급되어야 한다고 결론 내렸으나 앞으로 일한 만큼 활동비를 지급하는 의회 규칙을 제정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했다.

퇴장하는 야당 의원들 Photo: The Citizen

야권은 당분간 계속 악손 부의장이 진행하는 회의들을 보이콧 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지난 6월 2일엔 국회 사무처에 악손 부의장에 대한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 탄원서는 부의장이 의사규칙 8(b) 편파행위 금지와 5(1) 의장단은 다른 의회에서의 기준과 전통에 부합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탄원서에는 92명의 의원들이 사인했다.



이번 여야의 공방은 표면적으로는 악손 부의장을 둘러싼 갈등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마구풀리 대통령의 독단적인 국정 운영에 대한 야권의 반발로 해석된다. 야권 의원들은 마구풀리 대통령의 '대리인'이라고 할 수 있는 악손을 공격하는 동시에 마구풀리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다. 이미 야권 의원들은 국회 내 발언에 대한 검열이 존재한다고 주장했고, 실제로 반 정부적 발언을 했던 야권 의원들이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되기도 했다. 이에대해 국회 의장단은 해당 의원들의 발언 내용이 아니라 행태가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이틀 전, 떠오르는 젊은 정치인, ACT-Wazalendo 소속의 지토 카브웨(Zitto Kabwe) 의원이 다레살람의 한 대중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회는 공격당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건 정권이 툴리아 악손(Tulia Ackson)을 의장으로 지명되게 하려다가 야당의 반대 끝에 결국 부의장으로 세운 이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악손 부의장은 자유와 의회의 힘을 억압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 일들은 의회 생중계가 중단된 이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지토 카브웨 의원 Photo: Mwananchi

"마구풀리 대통령은 우리가 북한처럼 되길 바랍니다. 북한에서는 오직 대통령의 행동만이 보여지고 들립니다. 그건 독재지요, 우리는 그걸 용납하지 않을겁니다."
- 지토 카브웨(Zitto Kabwe, ACT-Wazalendo, 2016.6.5 다레살람의 대중 연설 中)



탄자니아 국회 생방송은 지난 4월 부터 중단되었다. 정부는 비용 절감을 이유로 들었지만, 야당 의원들은 민간 방송국이 국회 생방송을 할 역량과 의지를 가지고 있고, 탄자니아 미디어 기금이 자발적으로 비용을 충당할 의사가 있음에도 국회 생방송을 중단하는 것은 정부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악손 부의장, 나아가 마구풀리 대통령의 독단에 대해 야당이 본격적으로 칼을 뽑아 들은 것으로 보인다. 원내와 원외에서 마구풀리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으며, 이에 여당도 더이상 방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혀 앞으로 여야간의 갈등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예상하기 어렵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번 '전투'를 통해 탄자니아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성숙했는지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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