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서점 탐방

작년 9월에 영국에 온 이후로 아직 런던에 안가고 버티고 있었다. 딱히 런던에서 보고싶은게 없어서 집에 갈때까지 런던은 안가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친구들이 런던 근처의 한인타운 뉴 몰든 이야길 하는 바람에 2박 3일 짧은 일정으로 다녀오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뉴 몰든의 고기 부페와 대형 한인 마트, 런던 시내의 한식당 등등은 좋았다! 물론 내 지갑은 털렸지만... 하지만 유럽 학생들이 방학을 맞았는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서 사람 많은 것을 싫어하는 나에겐 아주 힘든 여정이었다. 브리티시 박물관에도, 국립미술관에도, 버킹엄궁전에도, 리젠트길에도 사람들이 너무너무너무너무 많아서 들어서는 순간 빠져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오기 전에 런던에 가면 뭘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서점을 구경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옷가게 쇼핑보다 서점 쇼핑이 더 즐거운 사람이다. 요즘 서점에 가면 책들도 많고, 문구류, 디자인제품 등등이 많아서 볼 것도 살 것도 많다. 브래드포드에는 괜찮은 서점이 하나밖에 없어서 아쉬워 하던 차에, 런던에 가는 김에 런더너들이 책을 읽고 사는 공간은 어떨까 살펴 보기로 했다. 런던에 가기 전날, 구글에다가 'London bookstores'를 검색했고, 버즈피드에서 올린 '14 Beautiful Independent Bookshops In London'을 찾을 수 있었다. 여기서 추천하는 멋진 서점들이 많았지만, 런던은 크고 교통비도 비싸고(나는 오이스터 카드가 없다....) 그래도 런던에 왔는데 서점만 찾아다닐 순 없어 중심가에 있는 몇군데만 가보았다.


Arthur Probsthain (41 Great Russell St, City of London, WC1B 3PE)


뉴 몰든에서 한국 마트를 빙빙 돌며 감탄하고, 고기부페에서 배가 터져라 먹은 그 다음날, 블로그로 알게된 분을 만나러 SOAS(동양·아프리카학 대학, 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에 가던 길에 첫 서점에 방문했다. SOAS 근처에 위치한 Arthur Probsthain은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 관련 서적을 전문으로 다루고있고,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졌다고 한다. 


사실 이 서점의 내부는 아주 작다. 서점에 들어서면 사무실과 서점을 겸한 공간이 있고, 책들이 좀 정신없이 꽂혀 있다. 그리고 아래층엔 아마도 서점에서 운영하는 듯한 찻집이 자리하고 있다.



아프리카 관련 책은 그리 많지 않았는데, 주로 사진이나 디자인에 관련된 책으로 보였다. 오히려 중동 관련 서적이 아주 많다. 특이한 점이라면 중고 서적을 판매하는 코너가 따로 있었다는 점이다. 책을 뽑아서 좀 진득하게 읽어보고 싶었지만, 가게도 작고, 딱히 앉을 곳도 없어서 금방 나왔다.

Arthur Probsthain 홈페이지

British Museum (Great Russell Street, London, WC1B 3DG)



의외로 많은 책을 찾을 수 있었던 곳이 있었다. 바로 브리티시 박물관이다. 보통 대영박물관이라고들 부르는데, 박물관 이름이 Great British Museum이 아닌데 왜 대영박물관이라고 굳이 부르는지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박물관의 1층, 영국식으로는 Ground Floor에 위치한 기념품 숍에 보면 책들이 정말 많다. 주로 역사나 문화와 관련된 책들이 많았다.


애묘인의 구매욕을 자극하던 책. 고대 이집트와 고양이에 관한 책이다.
한글이다!! 잘 둘러보면 이 박물관엔 은근히 한글이 많다.



British Museum 홈페이지


London Review Bookshop (14 Bury Place, London, WC1A 2JL)


브리티시 박물관을 나오면 정문 근처에 London Review Bookshop이 있다. 이 서점은 1979년부터 학술저작비평과 문학비평을 전문으로 하는 저널 London Review가 2003년 오픈한 서점이다. 주로 시나 소설 같은 문학책들이 많았고, 그 외에도 시사나 에세이 등을 볼 수 있었다. 지하층으로 내려가면 시나 소설들이 가득차 있는데 앉아서 읽을 수 있는 공간도 있고, 서점 자체도 조용조용해서 기분이 좋았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번역본인 Human Acts의 저자 싸인본이 있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살까 말까 몇번을 들었다 놨다 했는데, '싸인은 직접 받아야 제맛이지!' 하면서 결국엔 내려놓고 나왔다. 






Belgravia Books (59 Ebury St, Victoria, London, SW1W 0NZ)


런던에 버스를 타고 간다면 내리게 되는 빅토리아 역 근처에 있는 작은 서점이다. 책의 종류는 그리 많지 않지만 개성있는 책들이 많다. 한쪽 벽면 가득히 범죄소설들이 꽃혀 있었고, 한 책꽂이는 독립 출판물들이 채워져 있었다.
다른 한켠에는 서점 추천 도서들이 진열되어있고, 추천사가 적혀있는데 모두 흥미로운 책들이었다. 책 추천하는 센스가 보통아닌 사람들인 것 같았다. 혹시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을 이용할일이 있다면 일찍 가서 이 서점에서 잠깐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Belgravia의 독립출판물들




Foyles (107 Charing Cross Road, London, WC2H 0DT)

브래드포드로 돌아오기 전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서점은 포일스였다. 런던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서점이라고 한다. 체인점이라 런던 내에도 여러 지점이 있지만, 내가 갔던 곳은 차링 크로스에 있는 본점이다. 6층으로 되어있고, 한국의 교보문고처럼 책부터 문구, DVD, 음반까지 한 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책의 종류도 정말 다양하다. 여느 서점에나 있을 그런 책들은 물론이고, 아프리카 관련 서적들은 다른 서점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고, 외국인들을 위한 한국어 교재, 스와힐리어 교재, LGBT 서적등등 없는게 없을 뿐 아니라 풍부하게 있었다.

포일스는 국립미술관과 브리티시 박물관 사이에 있다.


아프리카 관련 책들이 많아서 행복했다.







런던에 가서 서점만 봤던 것은 아니다. 다들 보러 간다는 곳들에도 열심히 다녔다. 날씨는 구리고 사람은 넘쳐나서 크게 즐기진 못했지만, 런던은 멋진 곳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기엔 충분했다. 나머지 여행 이야기는 사진으로 대체한다.

빅벤과 처칠동상

뉴몰든의 고기부페

탬즈강 야경. 국회의사당과 빅벤.

런던아이

테이트 모던 앞 밀레니엄 브릿지

버킹엄 궁전 옆 그린 파크

SO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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