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비난을, 해외에서는 상을 받은 라이베리아 전 대통령 엘렌 존슨 설리프


얼마 전 '축구영웅' 조지 웨아(George Weah)에게 대통령직을 넘기고 물러난 라이베리아 전 대통령 엘렌 존슨 설리프(llen Johnson Sirleaf)가 어제(12일) 2017년 '이브라힘 상(Ibrahim Prize)' 수상자로 발표되었다.

엘렌 존슨 설리프 전 대통령. Source: Mo Ibrahim Foundation 페이스북 페이지

'이브라힘 상'은 수단 출신 영국인 사업가 모 이브라힘(Mo Ibrahim)이 거버넌스와 리더십을 중심으로 아프리카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2006년 설립한 '모 이브라힘 재단'에서 모범적이고 뛰어난 업적을 남긴 전직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의 공로를 치하하기 위해 2006년 만든 상이다.

매년 수상자를 찾지만, 10년 동안 단 5명의 수상자만이 나왔을 정도로 엄격하게 시상하고 있는데, 2016년 모 이브라힘은 2016년 수상자가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이사회는 시상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합니다. 10년 전 이 상을 때, 우리는 일부러 아주 높은 기준을 설정했습니다. 우리는 이 상이 뛰어난 지도자들을 조명하여 사회 전반에 본보기를 제공하고, 수상자들이 계속해서 그들의 지혜와 경험을 나눌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역대 이브라힘 상 수상자. 모두 남부아프리카 국가 출신이다. Source: 모 이브라힘 재단 홈페이지

역대 수상자는 모잠비크 전 대통령 요아임 치사노(Joaquim Chissano, 2007년 수상), 보츠와나 전 대통령 페추스 모개(Festus Mogae, 2008년 수상), 카보 베르데 전 대통령 페드루 피레스(Pedro Pires, 2010년 수상), 나미비아 전 대통령 히피키푼예 포함바(Hifikipunye Pohamba, 2014년 수상) 그리고 2007년 명예 수상자로 선정되었던 남아공 전 대통령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까지, 총 4(+1)명이다.


이 상의 수상자 선정 조건은 아래와 같다.

1. 전직 국가 최고 지도자일 것.
2. 임기를 끝낸 지 3년 이내일 것.
3. 민주적으로 선출되었을 것.
4. 헌법에 정해진 임기 제한을 준수했을 것.
5. 특출한 리더십을 발휘했을 것.

수상자가 선정되지 않았던 해에도 1~4번 조건을 충족하는 후보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탄자니아 자카야 키퀘테 대통령, 나이지리아 굿럭 조나탄 등) 시상위원회가 생각하는 '특출난 리더십'은 진짜 특출나야 했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설리프 전 대통령의 '특출난 리더십'은 무엇이었을지 궁금한데, 이브라힘 상 시상위원회 위원장은 시상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엘런 존슨 설리프는 라이베리아가 내전으로 인해 완전한 폐허가 되었을 때 취임했고, 국가와 민주적인 체제를 건설하는 데 초점을 맞춘 화해(reconciliation) 과정을 주도했다. 두 번의 대통령 임기 동안 그는 라이베리아 국민을 대표하여 쉬지 않고 일했다. 이런 여정에 부족함이 없을 수 없고, 여전히 라이베리아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12년 임기 동안 엘런 존슨 설리프는 지금 라이베리아가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닦았다."

설리프 전 대통령의 업적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음을 의식한 듯, 부족함에 대해서 언급하고 그럼에도 가장 확실한 업적인 평화에 주목하여 시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노벨 평화상에 이어 이브라힘 상을 받으며 국제적 명성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설리프 전 대통령은 라이베리아 국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빈곤퇴치에 실패했다는 비판과 정권의 부패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고, 지난달 13일엔 설리프 대통령이 몸담았고, 함께 국정을 이끌었던 당 Unity Party에서 당헌 위반과 해당행위를 이유로 제명되기도 했다. Unity Party는 지난 대선에서 설리프 대통령이 선거 직전 선관위 간부와 부적절한 비밀회의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설리프 대통령이 당의 대통령 후보이자 자신과 함께 12년을 일한 부통령이기도 한 조셉 뉴마 보아카이(Joseph Nyuma Boakai)을 지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그와 함께 2011년 노벨 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던 라이베리아의 평화 운동가 레이마 그보위(Leymah Gbowee)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설리프 대통령이 여성 정책을 펼치는 데 실패했음을 지적하며, 그가 아프리카 최초로 선출된 여성 대통령으로 기억되긴 하겠지만, 그게 그가 이룬 모든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2011년 노벨 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그보위(가운데), 설리프(우). Photo: Nobel Prize 홈페이지


여성의 큰 기여로 일궈낸 라이베리아의 평화 시대에 아프리카 최초로 선출된 여성 대통령으로 12년을 재임한 설리프는 분명 역사적인 상징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그가 라이베리아 여성 권익 향상에 기여하지 못했다면, 그리고 부패를 저질렀다는 게 확인된다면, 설리프의 업적은 해외에서 받은 트로피 그 자체만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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