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LACKFACE


중국 CCTV의 한 설날 프로그램에서 피부를 검게 칠하고 가짜 엉덩이를 넣은 한 (아마도)중국인이나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유튜브에서 이 프로그램 영상을 확인해 봤는데,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아프리카를 동물의 왕국으로 묘사하고, 아프리카를 마치 한 국가인 양 묘사하고, 중국을 아프리카의 구세주인 것처럼 묘사하고... 모든 인종차별을 작정하고 모아놓은 것 같은 프로그램이었다.


BBC 뉴스기사 갈무리
이 프로그램에 대한 문제는 중국에 사는 가나인이 만든 유튜브 영상을 참고하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하지만, 중국까지 갈 필요도 없이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인종차별적 분장과 관련된 문제는 많았다.
 
SNL에서 얼굴을 검게 칠하고 '코믹한 표정으로' 춤을 춘 김빈우. 출처: 일간스포츠(2011.12.31)

세바퀴에서 얼굴을 검게 칠하고 우스꽝스럽게 노래를 부른 이경실, 김지선. 출처: 조선.com(2012.2.27)

개그콘서트에서 얼굴을 검게 칠해 '미모가 실종 된 모습'을 연출한 홍예슬. 출처: 엑스포츠뉴스(2014.2.2)

뜨거운 형제들에서 얼굴을 검게 칠하고 게걸스럽게 수박을 먹은 이기광. 미국에서 검은 얼굴 분장과 수박은 둘 다 인종차별적 의미를 가진다. 출처: nastyidols.tumblr.com

웃찻사에서 얼굴을 검게 칠하고 콩트 연기를 한 홍현희. 출처: 디스패치(2017.4.21)

미국 사회에서 얼굴을 검게 칠하고 연기를 하는 행위, 흔히 Blackface라고 불리는 것은 19세기 시작되었다. 백인 배우가 얼굴을 검게 칠하고 아프리카 출신 노예의 옷을 입은 채 흑인을 게으르고, 무식하고, 미신적이고, 성적이고, 도둑질을 일삼는 사람으로 묘사했고, 이런 쇼는 아주 큰 인기를 끌었다. (National Museum of African American History and Culture 참조) 이렇게 Blackface를 한 백인이 나오는 쇼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던 시기,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무대에 설 수 없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무대에서조차 자신을 대변하지 못한 채 뒤틀린 이미지로 일반화될 수밖에 없었다.

코미디언 Billy Van. Photo: United States Library of Congress's Prints and Photographs division under the digital ID var.1831

이후 Blackface는 미국 사회에서 금기가 되었지만, 아직도 한국이나 중국에서는 Blackface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논란이 될 때마다 "우리는 그런 거 잘 몰랐다."며 변명한다. 이제 모르지 않을 때도 되지 않았나? 대통령이 몇 번이나 아프리카 각국을 방문했고, 수많은 아프리카 국가 대사관이 한국에 생겼고, 수많은 아프리카 대륙 출신이 한국에 살고 있고, 반대로 수많은 한국인이 아프리카 대륙에 살고 있다.


아직도 왜 얼굴을 검게 칠하는 게 문제인지 모르겠다면, 역지사지를 해보는 건 어떨까? 요즘 해외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아시아인 비하 행위 중 하나가 눈을 찢어 보이는 행위다. 아시아인들은 모두 눈이 옆으로 찢어져 있다는 편견을 담은 이 행위는 한 국가대표 친선경기에서도 논란이 되었고, 한국의 축구협회는 바로 항의했다. 해당 선수는 비하할 의도가 없었다며 사과했지만, 의도가 어쨌든 인종차별적 행위는 항상 인종차별이다. 상대방이 모멸감을 느꼈다면 그 무엇도 변명이 될 수 없다. 그는 국제축구연맹으로부터 5경기 출장금지와 벌금 약 2,200만 원의 징계를 받았다.


국가대표 친선경기에서 눈을 찢는 행동을 해서 인종차별 논란이 일었던 콜롬비아 선수. Photo: 경향신문 갈무리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조금 조심스럽다. 이미 유명인사가 된 모델 한현민과 비슷한 배경을 가진 모델 배유진(16세)가 최근 한복 화보를 찍었다.

Photo: 김정한
디자이너 김영진과 스타일리스트 서영희가 모델 배유진과 함께한 이 작업을 통해 디자이너와 스타일리스트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이 화보를 보고 한복을 더 즐겁게 입어주길 바랏"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이 화보를 보고선 좀 이상한 기분이 들어 조금 더 알아보았다.

이 이야기를 담은 기사 "흑갈색 저고리, 검은 버선... 흑인 혼혈 소녀가 입은 한복, 이렇게 고울 수가" 는 이미 제목에서부터 문제다. '혼혈'이라는 단어, 2007년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서 이미 한국이 민족 단일성을 강조하고 '혼혈'과 같은 용어를 쓰는 것이 인종적 우월성의 관념을 담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그 단어 사용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 부분이다. 기사에 이런 문장이 있다. "색채 대비를 위해 실제의 피부색보다 좀 더 검게 분장했지만,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 역사를 배우는 다문화 가정 출신의 매력적인 한국인 모델이다." 디자이너와 스타일리스트는 모델 배유진을 조금 더 검게 분장시켰다. 우스꽝스럽게 그리려고 검게 칠한 것은 아니지만, 다문화 가정 운운하면서 다문화 출신의 모델 배유진을 더 검게 칠한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델 배유진은 이 화보에서 정말 멋있다. 이 멋진 모델이 화보에서 그 자신으로 그려질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모델 배유진의 작품 사진은 아래 주소에서 볼 수 있다.
http://shsmodel.com/default/mp2/women_09.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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