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르완다 대선 ①] 여당 RPF 대선 후보로 폴 카가메 현직 대통령 선출

RPF 전당대회 / Photo: @PRF Inkotanyi (트위터)


오늘 열린 르완다 여당 RPF의 전당대회에서 17년째(since 2000)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는 폴 카가메가 8월 예정된 대선 후보로 선출되었다. 1930명 대의원 중 1929명이 카가메 대통령에게 투표하고, 1표만 무효가 되었는데, 이 한 표는 카가메 본인의 표라는 설이 유력해 보인다. 카가메 대통령의 3선 도전을 가능하게 한 2015년 개헌 당시 이미 98% 투표율에 98%의 개헌 찬성표를 얻었고, 이번에 르완다 내 11개 정당 중 9개 정당이 그를 지지하기로 했다고 하니, 대선 결과는 안 봐도 비디오 되겠다. 카가메는 이번 선거가 그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해왔고 수락 연설에서도 젊은이들의 정치참여를 통한 정치 세대교체를 강조했는데, 같은 연설에서 자신의 출마를 반대했던 의견은 출마를 수락하도록 한 요청에 비하면 '현명하지 않고(less informed)', '무의미(meaningless)'했다고 하기도 했다.

2015년 개헌 덕분에 카가메는 7년 임기가 걸린 이번 선거뿐 아니라 이후 각 5년 임기의 대통령을 선출하는 두 번의 선거에도 출마할 수 있어, 이론적으로는 2034년까지 대통령직 수행이 가능하다. 1957년생으로 여전히 대통령직을 수행할만한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카가메는 마음만 먹으면 앞으로 세 번 내리 당선되는 게 가능할 것도 같다. 참고로 이웃 나라 무세베니 대통령은 72세고, 여전히 왕성한 권력욕을 보이는데, 카가메는 권력욕이 강한 것인지, "나 아니면 안 된다"라는 생각이 강한 건지... 아마도 그사이 어딘가에 있는 것 같다.

이 전당대회와 관련해서 우간다의 한 뉴스 영상을 유튜브에서 봤는데, 내가 생각한 카가메 대통령의 이상한 점 중 하나가 여기서도 보였다. 그는 이상하게 중요한 연설을 영어로 한다. 물론 영어도 르완다의 공식 언어 중 하나지만(키냐르완다어, 영어, 프랑스어, 스와힐리어), 대다수 시민은 키냐르완다어를 가장 잘 이해한다.

나는 지난 4월 섹터에서 열린 제노사이드 추모식에 참석했었고 이날도 카가메 대통령은 영어로 연설했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1994년 제노사이드가 시작되었던 그 날에는 매년 비가 온다는데, 그날도 비가 오락가락하다가 추모식 마지막순서인 대통령 연설이 시작될 때 즈음엔 작심한 듯 많이 퍼부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대통령의 연설은 분명 키냐르완다어로 시작했는데,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와 그의 졸리는 목소리 때문에 잠깐 졸았다가 깨니 어느새 영어로 바뀌어있었다. 대통령은 영어로 '투치에 대한 제노사이드'이외에 다른 표현은 논센스라는 주장을 반복했고(제노사이드 당시 카가메의 RPF군이 후투 양민을 더 많이 학살했다는 주장이나, 내전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동안 시민들은 비를 맞으며, 대다수는 알아듣지도 못하는데도 서서 들어야 했다. 내가 이 날을 잘 기억하는 이유는, 나는 '가진 자'들과 함께 천막 아래 앉아서 방관하고 있었고,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암튼, 아래 유튜브 영상에서도 나오지만, 카가메 대통령은 오늘 수락 연설도 영어로 했다. 초반 5분 정도 키냐르완다어로 하고, 갑자기 영어로 조금 말 하다가 해석은 못했지만, 키냐르완다어로 자신이 영어로 연설하는 것에 대해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다시 영어로 연설을 이어나갔다. 더 흥미로운건 연설을 "Asante Sana"(스와힐리어/감사합니다)로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짐작건데, 그는 국제 여론이나 인지도를 굉장히 의식하는 사람이고, 이런 연설을 통해 그의 메시지를 자국 시민보다는 외국에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카가메 대통령은 르완다의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의 성과를 이루었다고 평가받고 있지만(논란거리는 분명 있다), 그의 분명한 한계는 그가 모든 권력을 쥐고 있다는 점이다. 카가메 대통령을 포함한 '사람'은 불완전하고 유한한 존재다. 카가메는 그의 정치 수명을 의식한 듯, 정치세대 교체를 이야기했지만, 르완다가 나아가기 위해선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그 자신이 '시스템'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  이 글을 쓴 직후에 연설 전체 영상이 올라와서 봤다. 비슷한 말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카가메 대통령의 연설은 묘한 매력이 있다. 연설의 마지막 문장으로 이 정신없는 글을 마친다.


"We vow to be with each other in this fight for our better tomorrow. There won't be any shortcuts. Asante S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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