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갈리의 SafeMotos, 여성 모토 기사를 고용하다

오늘은 수도 키갈리에 다녀왔다. 내가 지내는 무항가부터 키갈리까지는 시외버스를 이용하지만, 키갈리에 도착해서 여기저기 다닐 땐, 일명 '모토'라 부르는 오토바이 택시를 이용한다. 모토는 저렴하고, 어디에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고, 빨라서 좋다. 가끔 속도를 내거나, 차량 사이를 요리조리 피하며 달릴 땐 무섭기도 하지만, 모토의 편리함은 쉽게 포기할 수가 없다. 나뿐 아니라 르완다에서 모토는 전천후 교통수단으로 사랑받는다.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를 가리지 않고 심지어 산길에서도 달리며, 사람뿐 아니라 마치 택배처럼 각종 물건도 운반하고 필요할 땐 돈도 전달해준다.

SafeMotos의 여성 모토 기사들. Photo: SafeMotos Blog

르완다가 젠더 평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나라이긴 하지만, 아직도 성 역할에 대한 편견은 상당히 남아있고,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것은 '남자의 일'로 되어있다 보니 이런 모토를 운행하는 기사도 대부분이 남성이었다. 그런데 최근 알자지라에 키갈리의 여성 모토 기사가 소개되었다. (기사원문) 기사의 주인공은 키갈리에서 일종의 '콜 모토'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SafeMotos'에 소속된 여성 모토 기사들이다.

SafeMotos는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 "키갈리 최초의 여성 모토 기사" 3명을 고용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난 이미 작년에 내가 사는 무항가에서 여성 모토 기사를 봤었기 때문에 키갈리에도 여성 모토 기사는 아주 적긴 하겠지만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이 발표문에서 SafeMotos의 CEO, 바렛 나쉬(Barett Nash)는 "모토 기사가 되는 것은 많은 사람에게 경제역량을 강화하는 길이고, 우리는 이게 남성뿐 아니라 모두에게 가능해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며, 여성 기사 고용의 취지를 밝혔다. 모토 기사는 인기 있는 직업 중 하나로 수입이 괜찮은 편이다.

이번 여성 기사 고용은 SafeMotos가 미국에 자선기관으로 등록한 뒤 진행한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해 이뤄졌으며, 앞으로 더 많은 여성 기사를 고용하고 자체 어플리케이션에 여성 고객은 여성 기사 배치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나는 지금까지 1년 반 정도를 르완다에서 지냈는데, 여성 기사를 딱 한 번, 작년 초쯤 봤었다. 그 날은 일행과 함께 우리 동네에서 시내로 나가려고 모토를 잡았는데, 내가 잡은 모토는 남성 기사, 그리고 일행이 잡은 모토는 여성 기사였다. 일단 나와 일행도 놀랐고, 내 모토 기사도 목적지까지 가는 내내 여성 기사를 보며 신기해했고, 정차할 때마다 주변의 차량 기사들도 신기한 듯 그 여성기사를 쳐다봤었다. 도착해서 모토비를 치르며 일 잘 하시라고 인사했더니 멋쩍게 미소 짓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SafeMotos, 그 이름처럼 소속된 모든 기사, 그리고 특히 이번에 금녀의 영역에 도전하는 여성 기사들이 항상 안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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