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Inspector Calls
다시보기는 http://www.bbc.co.uk/iplayer/episode/p02z80kq/an-inspector-calls 에서 가능하다. (2015년 10월 13일까지, 한국에서는 아마 우회접속해야 볼 수 있을 것 같다.)
희곡을 90분 분량의 TV 드라마로 재구성하였고, 약 70년 전 작품이지만, 지금 우리에게도 많은 생각거리를 주는 드라마이다.
대략의 줄거리는 이렇다. 성공한 사업가인 Arthur Birling의 딸 Sheila Birling과 라이벌 사업가 집안의 아들, Gerald Croft의 약혼을 축하하는 저녁식사에 Goole경위가 찾아온다. 그는 Eva Smith라는 한 젊은 여자의 자살에 대해 조사하러 왔다고 하는데, 알고보니 이 저녁식사 자리에 있는 모두가 이 여자와 관련이 있었다.
Eva Smith는 처음에 Arthur가 운영하는 공장의 노동자였다. 그녀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을 주도했지만 파업을 실패로 돌아가고, Arthur에 의해 해고당하기까지 한다. 이후 그녀는 백화점에 취업하지만 기분이 안좋았던 Sheila를 만난 불운으로 역시 해고당하게 된다.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아주 심하게 컴플레인을 제기했다.) 이후 극심한 빈곤에 빠진 그녀는 바에 출입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Sheila의 약혼남 Gerald를 만난다. Eva는 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워낙 절실했기때문에 Gerald의 정부로 한동안 지낸다. 그러던 중 Gerald에 의해 정리된 그녀는 다시 떠돌기 시작했고, 다시 Bar에 출입하게된다. Bar에서 Arthur의 아들 Eric을 만나는데, Eric은 그녀의 행색과 상황이 당연히 매춘을 하러 왔다고 생각하여 그녀를 강간하기에 이른다. 황당하게도 Eric은 이후 그녀와 계속해서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어하고, 절박했던 Eva는 달리 선택이 없었다.
그렇게 관계를 이어가던 중 Eva는 Eric의 아이를 임신하게되는데, Eric이 아버지의 사업에서 돈을 훔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두 사람의 신분차이가 어떠한 밝은 미래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여 스스로 아이를 낳아 기르기 위한 돈을 얻기위해 빈곤 여성들을 위한 자선재단을 찾아간다. 하지만, 그 재단에서 '왜 적극적으로 일을 알아보지 않는지,' '아이의 남편을 찾아가는게 먼저 아닌지'등등의 이유로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되고, 그녀는 더이상 어떻게 하지 못할 나락에 빠지게 되었다. 이 재단의 심사관 중 한명이 Arthur의 부인 Sybil이다.
여기까지 모든 사실이 밝혀진 이후, Goole은 자리를 뜬다. 마지막으로 이런말은 남겼다.
Just remember this. There are millions and millions of Eva Smiths and John Smiths. Still left with us, with their lives and hopes and fears, their suffering and chance of happiness all intertwined with our lives, and what we think and say, and do. We don't live alone upon this earth. We are responsible for each other. And if mankind will not learn that lesson, then the time will come, soon, when he will be taught it in fire, and blood, and anguish.
Goole이 자리를 뜬 이후, 모두는 절망에 빠진다. 부와 명예와 모든 것을 잃게 된 위기에 놓인 것이다. 그런데 한동안 경찰에서 연락이 오지 않는 것을 이상히 여겨, Arthur은 경감에게 전화를 해 Goole이란 경위가 있는지 물어본다.
물론 Goole이란 사람은 없었다.
이 이후가 압권이다. Goole 경감이 실재하지 않는 인물이라는 것에 안심하고, 또 이날 자살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Birling가족과 Gerald는 모두 기뻐하며 그들이 저지른 일들에 대해 잊은 듯 떠들기 시작한다.
동시에 진짜 Eva Smith는 그녀의 다이어리를 마저 다 쓰고, 자살한다.
그리고 Birling가의 저녁식사에 전화벨이 울린다.
마치 오늘날의 이야기를 배경만 과거로 옮겨 놓은 것 같은 이야기였다. 자본주의가 출현한 이후, 수많은 Eva Smith들이 태어나고, 사라져갔음에도 Birling과 같은 자본가들은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다. 과거 만큼이나 빈부격차는 심하고, 중간계층은 점점 더 줄어가며, 세계를 구한다고 떠드는 이들은 역설적으로 또 자본가들이다. 같은 노동자들임에도 소비자라는 완장을 차면 다른 노동자들에게 갑질을 일삼고, 그런 갑질은 노동자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힌다. 또한 안타깝게도 남녀관계에서 자본의 힘은 여전히 크다.
자본주의는 우리를 종속되게 한다. 피고용인이 되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고, 피고용인이 아닌 상태라면 자본가들의 자선에 의지해 살아가야 한다. 자본가들에 의해 우리의 인생이 너무나도 큰 영향을 받는다. 재벌 가문들의 집안싸움에 대기업 노동자들의 미래가 왔다갔다 한다.
어떤 면에서는 나도 어쩌면 누군가의 고통에 일조하고 있을지 모른다. 타인의 고통에 대해 어떤 자세를 지녀야 할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