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날이 서면,

무항가의 황혼. Photo: 우승훈
황혼, 우리 동네. 이날 하늘은 이렇게나 아름다웠는데, 마음은 아름답지 못했다. 오랜만에 밖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집을 나섰는데, 어떤 아이가 따라오면서(!) 계속(!) '칭총칭총'거렸다. 보통은 그냥 무시하고 가는데, 이날은 다른 일로 마음이 좀 날카로워 있어서 뒤돌아서 그 아이를 불렀다. "ngwino hano! (일로와!)"

호기롭게 불렀는데, 막상 불러놓고 보니 딱히 키냐르완다어로 뭐라 할지 몰라서 나오는 대로 아무 말이나 했는데, 영어를 알아듣는 아이였다. 너 뭐라 했냐고, 왜 그랬냐고, 그거 나쁘다고, 또 그러면 너 선생님 만나러 가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래놓고선 미안해서 "그래, 너도 몰라서 그랬지?", "담부턴 그러지 말어라~"라고 하고 말았는데, 애초부터 그럴걸, 모난 짓을 해서 부끄러웠다.

마음에 날이 서면 입을 닫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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